'전체'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08/09/18 오에카키 : 죠죠의 기묘한 모험 (6)
  2. 2008/07/22 편지 : #10. (4)
  3. 2008/04/28 편지 : #9. (4)
  4. 2008/03/10 편지 : #8. (6)
  5. 2007/12/29 12.28 ~ 12.29 서울 코믹월드에 참가합니다.
  6. 2007/03/27 지인 문답. (2)
  7. 2007/03/06 연애 문답 (2)
  8. 2007/02/22 편지 : #7. 일람 (2)
  9. 2007/02/20 글쓰기 100제 : #010. 먼 기억 (2)
  10. 2007/02/11 편지 : #6½.
  11. 2007/02/09 글쓰기 100제 : #004. 비 (2)
  12. 2007/02/06 편지 : #6. 그리움, 그리고 도서관 (4)
  13. 2007/01/30 편지 : #5. 노시보 효과와 볶음밥
  14. 2007/01/29 자살은 왜 옳지 않은가? (6)
  15. 2007/01/23 편지 : #4.
  16. 2007/01/20 사사쿠라 아키라 - 신·설국 (2)
  17. 2007/01/16 편지 : #3. 제 사랑을 받아 주세요 (2)
  18. 2007/01/11 편지 : #2. (2)
  19. 2007/01/07 지인 문답. (6)
  20. 2007/01/06 편지 : #1½. (4)
<죠죠의 기묘한 모험> 관련 오에카키입니다... 라고 해도 비툴입니다만.


DIO


죠타로


카쿄인


카쿄인(후반)



폴나레프


압둘


죠셉


이기


디오


바닐라아이스


최고로 High!한 기분의 디오



로드롤러다!!


편지 : #10.

편지를 써요 2008/07/22 18:40

  노나메 님,

  얼마 전에, 조금씩 쓰고 있던 편지를 한 번 날려버렸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변명이 될 것 같지만, 절대로 사실입니다!) 거기다 바쁜 나날들이 겹쳐져서, 소식을 전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네요. 하지만 설령 무슨 일이 있더라도, 블로그나 다른 여러가지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편지는 계속해서 지속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 중 하나이니까요.

  오늘은 오랜만에 맞는 휴일입니다.
  날씨는 기분 좋은 맑음. 시원한 바람. 햇살은 구름에 가려 살짝 옅어져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맞물려 기분 좋은 오후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네요.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왔었습니다. 최근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네요. 전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는 이만한 영화도 없을 것 같네요. 정우성이 줄을 타며 샷건으로 적들을 하나씩 저격(!)하는 장면이나, 말을 타고 가며 샷건을 한바퀴 돌려 장전하며 쏘는 모습 등은 눈을 즐겁게 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병헌의 '비뚤어진'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다고 생각해요. <달콤한 인생>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연기했었습니다만, 이병헌은 이런 역이 잘 어울리지 않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송강호는... 워낙 베테랑이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아는 분에게 이 영화 이야기를 했더니 '스토리가 워낙 빈약해서 아쉽다' 라는 말씀이 돌아왔었습니다. 뭐 그건 사실이에요. 시놉시스는 매우 심플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상당히 급속하게 이루어진 경향이 강하며, 도중에 재미를 느낄 만한 잔가지가 너무 없었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뭐, 그래도 어차피 제목부터가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했고-달리 말하자면 캐릭터 외에는 볼 게 없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캐릭터간의 개성이나 움직임을 보고 있는 것 자체로도 즐거웠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게 보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혹시 아직 보시지 않았다면 추천하고 싶네요.

  최근 칵테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가 말했던가요?
  달콤하고, 새콤하고,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는 칵테일에, 최근 푹 빠져 버렸답니다.
  아라키 조 원작의 <바텐더>라는 만화를 읽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서, 찾아보는 사이에 흥미가 동해서 지금은 간단한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마시거나 합니다. 물론 몇 개 안 되긴 하지만요.
  만들어 본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칵테일은 '진 토닉'입니다! 상큼하고, 시원하고, 천천히 마시기가 좋아요. 기분 좋은 청량감과 깔끔한 뒷맛 덕분에 음료 마시듯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혹시 칵테일을 마셔보신 적이 없다면 추천하고 싶은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 만드는 거라면 '김렛'이나 '진 피즈' 정도군요. 전부 진(Gin)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지요. 주머니가 가볍기 때문에 다른 술들은 아직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드라이 베르뭇 정도는 사서 '마티니' 정도는 만들어 마셔보고 싶지만요.

  그러고 보면 요즘은 가급적 여러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제가 얼마나 외로워하고 있는지 조금 자각했거든요.
  그 전까지는 집 안에서 하루 종일 혼자서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것에 익숙했지만, '사회'라는 곳에 나서자 사람의 온기가, 목소리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비가 내릴 때, 전 그때 청주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잠실 쪽으로 일하러 가느라 시간을 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급적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래서 좀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뭐 그랬어요. (그 분들께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만 해도 제가 멋대로 친구(라고 해도 제가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를 끌고 나가서 영화를 보러 간 거고요. 5시부터 아르바이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저와 함께 다녀준 것에 정말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후 6시에 일이 끝나더라도, 가볍게 잠깐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왠지 모르게 푸념하는 편지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 언제나 열심히 힘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조만간 또 편지하겠습니다. 그럼!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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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9.

편지를 써요 2008/04/28 22:38

  노나메 님에게.

  삼가 엽서 올립니다. 지금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관계로, 자세한 근황은 차후 서면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4월 한 달과 5월, 6월까지는 다사다난한 기간이 될 것으로 예측되오며 문화생활은 거의 영위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커녕 쉬기에도 바쁜 짬짬이 이런저런 생각만을 하고 있다는 것만을 우선 알려 드립니다. 그럼 환절기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총총.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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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8.

편지를 써요 2008/03/10 21:23

  노나메 님에게.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기분입니다.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근 1년만에 드리는 편지라서 그런지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하기야 어쩔 수 없겠지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우연찮게도 어떤 분(역시 익명이십니다)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이 편지를 쓸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지도 몰라요! 앞으로는 정말 가끔이나마, 혹은 짧게나마 다시 조금씩 편지를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얼마나 불성실한 제 자신일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사실 최근에는 조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알고 싶으세요? 그럼 조금이나마 이 편지에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보세요!

  최근 저는 사회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멍하니 풀을 뜯고 있는 양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뭐랄까―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말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혹은 그 말 위에 타고 있는 기수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어떤 일인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제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다진 뒤에야 비로소 부끄러움 없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쨌든 사회 초년생의 입장은 굉장히 미묘합니다. 말하자면, 굉장히 높은 두 탑 사이에 한 줄기 밧줄이 걸려 있고, 그 위를 긴 장대 하나만을 의지한 채 균형을 잡고 건너야 하는 삐에로와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을 조금이라도 헛디디면 끝장입니다. 그리고 발 밑을 바라봐서도 안 됩니다. 눈이 빙글빙글 돌아서 아예 한 걸음도 디딜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그저 저 멀리 앞을 바라보면서 휘청거리며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뒤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노나메 님이 그런 기분을 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회인이란 정말 그러한 것입니다. 일단 열심히 배우면서 스스로에게 맡겨진 직책에 충실하려 노력합니다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실수도 자주 하곤 합니다. 아직은 멀었다는 뜻이려나요.

  자, 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최근 제 근황을 조금 이야기해 볼까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와 같은 작가의 최신작 <빅 머니>입니다. 전자는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었고, 후자는 이번에 처음 읽은 책입니다. 느낌은…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이시다 이라의 다른 소설도 대부분 모두 읽었습니다만, 이 작가의 소설은 한 번도 절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무엇보다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폭넓습니다. 위에 언급한 두 소설도 전혀 다른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입니다. <이케부쿠로>는 도쿄 선샤인 거리를 중심으로 한 약간 일탈한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후자는 마켓―즉 금융거래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생각하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없습니다. 이시다 이라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간결하면서도 특징적인 필체를 앞에 두면, 어느새 그런 생각은 깨끗히 잊은 채 소설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팬을 자처해 왔는데, 지금은 이시다 이라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바나나가 싫어진 건 아니지만, 취향이 달라진 것일까요? 바나나 특유의 정적이고 네거티브한 감성보다는 이시다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더 마음이 쏠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혼자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따져 보면 약 4년 전에 구상했던 소재입니다만, 쓰게 된 건 최근이에요. 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하세요? 제목은 <평행세계>입니다. 저것만 보면 골치아픈 과학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또 다른 나' 를 만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 둘은 성격도, 성별도 정 반대입니다. 마치 거울에 비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분명히 자기 자신과 전혀 다른 게 없지만, 어떻게 보면 좌우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 소설은 이런 서두로 시작한답니다.


  『나는 경악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고 예기치조차 못했다. 눈 앞에서의 갑작스러운 폭발, 매캐한 연기가 눈 앞을 가리는 바람에 대체 무슨 일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매운 냄새에 눈물과 콧물이 사정없이 새어나오며 기침이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것을 어찌할수 없었던 나로서는 그저 눈을 꼭 감은 채 코와 입을 감싸는 것이 전부였다.
  이윽고, 연기가 서서히 걷히고 내가 눈을 뜨자, 눈 앞에는 낯선, 하지만 왠지 친숙한 얼굴을 한 여자애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때요? 제법 흥미롭지 않나요? 혹시 관심이 가신다면 '메모장'으로 와 주세요. 현재 4화 1편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만(소설을 쓸 시간을 내기가 힘들거든요), 전개는 이미 정해져 있는 만큼 조만간 써서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괜찮다면 응원해 주세요.

  *   *   *

  요즘은 날씨가 제법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황사가 심한 것은 골치입니다. 그 탓에 감기도 더 쉽게 오는 것 같네요. 제 친구 중 하나는, 하필이면 이 시기에 독감에 걸려서 꼬박 일주일을 집에서 병원도 못 간 채 끙끙 앓았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제법 좋아진 것 같긴 합니다. 사실 황사뿐만 아니라 아침저녁의 일교차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절기라는 건 참 큰일이군요!

  하지만 이것도 봄이 오는 징조라고 할 수 있겠지요. 4월 중순쯤에 꽃이 개화한다고 합니다. 올해에도 누군가와 함께 벚꽃을 보러 가고 싶네요.
  이번 편지는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조만간 또 편지로 찾아뵐께요.


  2008년 3월 10일, 때늦은 새해 인사를 보내며, 이피.


  P.S : 오늘 PC용 스피커를 새로 샀습니다. 근데 고음 부근에서 잡음이 좀 들리는 것 같아 약간 우울해지네요. 쓰다 보면 좀 나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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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서울 코믹월드(학여울)의 D07, '어쩔 수 없는 몽상가' 부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참여합니다.
  <럭키☆스타>를 주제로 하여 카피본과 팬시 등을 내놓았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경와주세요. :)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지인 문답.

잡담 삼매경 2007/03/27 21:54
  *  이 포스팅은 혜란의 [Libralist monolog] 와 함께 합니다.

   1. 안녕하세요. 우선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이글루 평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피입니다. 이름은 블로그에 적어 두었고, 이글루스는 2004년 쯤에 잠깐 사용했었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그 때 당시 이글루스 블로그의 이름은 'Temporary Blog' 였습니다.

  2. 자신에게 문답을 넘기신 분에 관한 인상 부탁드립니다.
  ▶이야기하고 있다 보면 편안한, 언제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부담이 없는, 그런 사이, 그런 사람.

  3. 링크목록 맨 위의 분과 맨 아래의 분에 관한 인상 부탁드립니다.
  ▶제일 위 - *~Sketch Book~* : 하이바네 군. 좋은 친구입니다. 그림쟁이이기도 한데, 녀석의 그림에는 언제나 어떠한 '스케일'이 느껴집니다.
     제일 아래 -  한님은 잡학편식(雜學偏識) : 한님. 블로그의 포스트에 여러 번 감탄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왠지 냉철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저번 포스팅에서 제일 먼저 리플 달아주신 분과 가장 끝에 리플 달아주신 분의 인상은?
  ▶Rain님, 냉정하고 쿨한 느낌의 소유자. elderis, 마음이 잘 맞는 좋은 친구.

  5. 지인 중 이글루 이름이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이글루에 국한하지 않고 대답한다면, '7truth 7lies' 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 중인 천어 님, '모색, 정의, 확장'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 중인 낮달 님 정도.

  6. 포스팅을 가장 성실히 하는 분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꾸준하고 성실하게 포스팅을 한다는 점에서는 혜란 양, 한 번에 많은 양의 포스트를 올린다는 점에서는 리라쨩(전파만세).

  7. 선호하는 취향의 이글루(분위기나 스킨이나)는 어느 분 입니까?
  ▶역시 이글루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어쨌든 단순한 느낌을 주는 색/디자인을 좋아합니다.

  8. 가장 최근에 링크하신 분의 인상 부탁드립니다.
  ▶링크 추가는 꽤 오래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쓰기가 곤란하네요….

  9. 자신의 이글루에 오시는 분들께 한마디.
  ▶어쨌든 아직도 쉬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서의 여유를 가지기가 힘들군요. 고로 앞으로도 당분간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10. 수고하셨습니다.마지막으로 바톤 넘길 7분 부탁드려요.
  ▶이번 문답은 일단 돌리지 않고 동결하겠습니다.

연애 문답

잡담 삼매경 2007/03/06 01:12
*  이 포스팅은 혜란의 [Libralist monolog] 와 함께 합니다.

★恋愛バトン!

  [연애바통!]


◆相手の年齢の上限下限、どこまで大丈夫?
 [상대의 연령의 상한하한, 어디까지 괜찮아?]
→그다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 전후로 4살까지는 괜찮지 않을까나.

◆理想は年下、タメ、年上どれ?
 [이상은 연하, 동갑, 연상중?]
→굳이 고르라면 연상이나 동갑이 좀 더 마음 편할지도. 하지만 나이로 사람을 고르지는 않아.

◆好きな異性の有名人を心ゆくまで書いてみてください。
 [좋아하는 이성인 유명인을 마음껏 써보세요.]
→이영애 씨 정도일까.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가 좋았어.

◆こうなりたい!と憧れる同性の有名人を教えてください。
 [이렇게 되고 싶어! 라고 동경하는 동성인 유명인을 가르쳐주세요.]
→연예인 중에서 '이렇게 되고 싶어!' 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는데…. 유명인이라고 하면 꼭 연예인은 아니겠지만, 바통의 성격 상 아마 그 쪽 답변이겠지?

◆恋愛は尽すほう?尽されるほう?
 [연애는 최선을 다하는 편? 상대방으로부터 최선을 다해지는 편?]
→해보지는 않았지만, 글쎄… 전자에 가깝지 않을까?

◆デートするなら割り勘は当たり前?
 [데이트할 때는 각자 부담하는 게 당연?]
→사실 난 부담없는 친구와 같은 연애를 이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각자 부담하는 게 서로를 배려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배려'의 차원이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는 아냐.

◆彼氏?彼女がいたら合コンなんてありえない?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다면 미팅같은 건 있을 수 없어?]
→글쎄, 그건 그 사람의 자유가 아닐까. 하거나 하지 않거나.

◆恋愛のために頑張れることは?
 [연애를 위해 노력하는 일은?]
→그러고 보면 별로 노력하지 않는 것도 같네. 굳이 말하자면… 가끔씩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보는 것 정도일까.

◆恋愛で相手に求めるものは?
 [연애에서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마음 가는 대로. 서로에게 솔직하게.

◆理想のデートプランは??
 [이상적인 데이트 플랜(코스, 계획)은?]
→딱히 가지고 있는 것은 없지만… 굳이 무언가를 함께 하기보다는, 가장 느긋하고 소소하고 쓸모 없는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원해.

◆「恋愛には〇〇が大事」〇〇に入るのは
 [「연애에는 ○○가 중요(소중)」○○에 들어가는 것은]
→믿음, 혹은 마음 속에서의 동등함 정도일까.

◆自分より学歴等が上と下どっちがいい?
 [자기보다 학력 등이 높거나 낮은 쪽 중 어느 쪽이 좋아?]
→높아도 낮아도 상관없지만 선호도를 말하자면 높은 게 좋겠지. 재미있으니까.

◆今までで一番笑える恋愛エピソードをここでひとつ。
[지금까지 가장 웃겼던 연애 에피소드를 여기서 하나]
→별로 연애를 해 본 적은 없는데….

◆失恋したら聴くのは明るい曲?それともどん底まで堕ちる曲?
 [실연하면 듣는 곡은 밝은 곡? 아니면 수렁에 빠지는 곡?]
→아무 것도 듣지 않아.

◆友達の彼氏?彼女を好きになったらどうする?
 [친구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해?]
→"Out of sight, Out of mind."

◆告白は自分からする?
 [고백은 자신이 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지금까지는 고백을 하지 못했어.
   물론 스스로의 마음은 자기 자신이 그 상대에게 밝혀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今ぶっちゃけ恋愛中または気になる人っている?
 [지금 까놓고 말해서 연애중 또는 신경쓰이는 사람 있어?]
→신경쓰이는 사람은 있어. 하지만 글쎄…

◆好きな色は?
 [좋아하는 색은?]
→검은색, 회색, 하얀색.

◆ケータイの色は?
 [휴대폰의 색은?]
→휴대폰이 없어.

◆あなたの心の色は?
 [당신의 마음의 색은?]
→회색. Cool Gray. 그냥 예전부터 그랬다고 생각해. 그냥.


◆◆ 次のつ6つの色にあう人を選んでバトンを回して下さい。
   (赤・青・緑・ピンク・黒・白)
   [다음의 6가지 색에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해서 바톤을 돌려주세요.]
   [(빨강, 파랑, 초록, 핑크, 검정, 흰색)]

→빨강 : 에피님
   파랑 : 엘도
   초록 : 샤린님
   핑크 : cocori님
   검정 : nati님
   흰색 : Rain님
  2007. 2. 22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이번 편지는, 글쎄, 뭐랄까. 하나의 문장으로 죽 이어서 쓰기가 왠지 힘들다 싶어서 몇 가지의 항목으로 나누어 쓰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편지 자체도 짧아질 것 같네요. 생각해 보면 최근에 편지 자체도 약간 뜸한 감이 있고 했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조금만 이해를 부탁드려요. 그럼 자세한 건 아래로.

  *   *   *

  ▷블로그에도 한 번 썼습니다만, 감기에 걸려서 고생했습니다. 아직까지 감기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이래저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네요. 올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한 편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래서 감기에 더욱 걸리기 쉬운 환경이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텐션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신년을 맞아 이런저런 것들을 의욕에 넘쳐 시작한 것은 좋습니다만, 무언가에 의해 자신이 얽매인다는 것에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블로그도 그 중 하나입니다만,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일에 그 스스로가 제약을 받는다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당분간 블로그를 하는 것을 쉴까 하고 생각중입니다. 뭐, 그냥 게으름의 발현인지도 모르지만요.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꾸는 편입니다만, 쉬이 잠들지 못하는 만큼 요즘은 더더욱 꿈을 많이 꾸고 있습니다. 내용은 뭐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시시한 것들입니다만(그래서 깨고 나서 조금 있으면 모두 잊어버리는), 여하간 꿈을 꾼다는 것 자체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만 뭐랄까, 꿈을 꾸는 도중에는 잠깐 잠이 깨어도(자명종이 울린다거나)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해버리게 되어서 조금 곤란한 감이 있습니다. 글쎄. 어떨지.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쉽게 충족되지 못할 만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저는 주전부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어린아이처럼 과자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자 자체의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입에 달고 있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음료수라던가, 여하간 액체로 된 것을 홀짝이는 것도 좋아하는군요. 사실은 이 쪽을 더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과자라면 짭짤한 맛, 음료수라면 달달한 것보다는 시거나 쓴 맛의 음료를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 맛을 싫어하는 것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최근에 머리카락을 약간 짧게 잘랐습니다.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의 문제는 둘째 치고, 여러가지로 편하기 때문에 마음에 듭니다.

  ▷제가 무언가를 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블로그도 그렇지만,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전부 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되니까요. 뭐, 그게 좋다 나쁘다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죠.

  ▷최근 읽고 있는 책은 리쳐드 래저너스의 <감정과 이성>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죠.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많은 감정들을 15가지 항목으로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는 만큼, 읽다 보면 이래저래 공감이라던가,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 비슷한 것도 하게 될 수 있거든요. 어때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겨울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곧 봄이 오겠군요. 벚꽃이 기다려집니다.

  2007년 2월 22일, 복잡한 마음으로,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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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 먼 기억

  ―커다란 시험관 속에 인간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놓여 있다. 전체적으로 지저분하고, 혼탁하고, 군데군데 녹적색을 띤 녹이 슬어 있는 그것은 아무리 봐도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그만큼 인간을 본딴 무언가로밖에 볼 수 없는 인공적인 물건이었다. 오랜 고대의 역사 속에서 발굴해 낸 이것이 초보적이지만 그 당시의―아마 몇 만년은 족히 넘을―과학 기술을 추정하여 고려하자면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한, 그 시대의 일반적 과학을 까마득할 만큼 훌쩍 뛰어넘어 있는 기계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발굴 즉시 이것은 현대의 과학자들의 손에 넘겨져서 조심스럽고 세밀한 수리와 복원 작업에 들어갔고, 드디어 원본을 최대한 보존하는 선에서 재기동이 가능할 정도의 선까지 복원하는 것에 성공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과거의 신비로운 유산이라 할 만한 '그것'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생명을 받아 움직이기 직전의 순간에까지 온 것이다.
  그것의 몸 속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녹슬고 더러운 몸체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한 색과 광택을 가진 전선에서 전기 입자로 구성된 신호가 흘러들어갔고, 이윽고 그것은 천천히, 삐걱거리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고개'를, '몸'을 일으켰다.

  오랜 잠을 자고 일어난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 그것은 잘 돌아가지 않는 관절부를 움직여 주변을 몇 번이나 둘러보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그리고 자신의 몸체에 달린 수많은 전선과 아마 강철로 되어 있었으리라 짐작되는 거무칙칙하고 부식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그것은 두개부 정면에 만들어져 있는 정교하지만 또한 조잡한 얼굴에 달린 '눈'이라 생각되는 부분에서, 끈적하니 검붉은 용액을 끊임없이 흘러나오게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그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의 '눈물' 처럼 보였기에,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의 내부에 존재하는 기억 장치라 생각되는 부분을 현대의 기술을 이용하여 가능한한 자세하게 분석해 보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몇 번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컴퓨터는 모든 분석을 끝마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정보를 정교하게 조합하고 재구성하여,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출력하였다. 그것은 대충 이러한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녀―지금으로써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컴퓨터는 그것을 여성적 자아로써 분류했다―는, 먼 옛날 고대의 한 마법사의 손으로 만들어진 마법의 인형이었다. 과학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힘의 순환을 통해 정의되는 학문으로써의 마법이 있던 그 시대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그야말로 그 시대의 모든 학문과 기술, 논리와 진리의 정수였다. 인간과 같은 자유 의지를 지니고 있는 인간이 창조해낸 그 무엇― 그녀야말로 신비로 가득차 있던 그 시대에 있었던 그 위의 신비라고 할 만했다. 마법사는 그녀에게 '마리온' 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녀는 그 때부터 마리온이라는 이름으로 마법사의 탑과 던전―그 시대의 마법사에게 이것은 매우 일반적인 소유물이었으나, 그 마법사의 그것은 매우 크고 넓었던 모양이다―안의 모든 존재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그들을 이해하고 또한 그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를 만들어낸 마법사를 포함한, 그녀의 모델이었던 인간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괴물은 괴물이 아닌 자신과는 또 다른 존재이자 친구였고, 위험한 던전은 그저 친구가 가득한 놀이터였다. 그녀는 마법사가 중심이 된 작은 세계 안에서 매우 행복하게,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창조자이자 부모라고 할 수 있는 마법사 단 한 사람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점차 지성이 늘어 가면서 자신과 마법사와의 신체적 차이를 인식함에 따라 그녀에게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것에서 오는 갈등이 생기고 말았다. 통속적인 이야기에는 언제나 진실이 담겨 있다. 어째서 지성을 가진 존재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 채 자신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갈구하는가? 다만 인간이 궁극적으로 신이 되길 원했듯, 그녀도 인간이 아닌 무언가에서 인간으로 화하고 싶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녀는 그것에 의해 매우 오랜 시간을 고민했고, 결국 그녀는 그녀의 창조주인 마법사에게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인간이 되고 싶다, 인간이 되어 살고 싶다, 라고.
  물론 그것은 마법사로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던 만큼, 마법사가 당혹해하며 그녀의 갈망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을 '불가능한' 일이 아닌 그 마법사에게 '할 수 없는' 일이라 해석한 그녀, 마리온은 결국 인간이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마법사 몰래 그녀의 집이자 세계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마법사의 탑을 빠져나와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만다.
  그녀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몇 번이고 세계를 돌며 전설과 신화를 뒤쫓고 모험을 했으며 고명한 마법사(그녀의 창조주와는 다른)를 찾아 지식을 전수받기도 하고 신을 찾아 수행하여 신의 기적을 찾아 해메기도 했다. 그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세계 전체에 퍼진 수많은 소문과 전설, 음유시인의 노래 등을 듣는다면―그것이 비록 진실과는 다르게 상당수가 와전되었다 하더라도―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인간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시간 속에서 파손되고 부서진 몸을 이끈 채 자신이 있었던 그 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탑에 접근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던전 안에서는 여전히 괴물들이―한때 그녀와 교감하며 소통할 수 있었던―횡행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매우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칼로 베고 자르고 찌르고 마법으로 없애 버리며 걸어갔다. 어느새 그것이 그녀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텅 빈, 마른 먼지와 어둠과 정적으로 가득찬 탑을 올라 최상층에 위치한 그녀의 아버지가 있던 방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그녀의 창조주의 시체와 대면하게 되었다.
  책상에 앉은 채 먼지로 화해 가는 마법사의 시체는 보기도 초라할 정도의 얇고 가는 백골로써 거기에 있었다. 그 뼈와 썩어 거의 남지 않은 육신은 누더기처럼 낡은 옷으로 감싸여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펜과, 다 말라 버린 잉크병과, 사그라들기 일보 직전인 누렇게 변색된 종이, 그리고 전혀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작고 투명한 병이 있었다. 그 안의 액채는 마법의 힘을 담은 채 지금까지도 반짝거리며 주변에 빛을 뿌리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는 충격을 받아 잠시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관념은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밖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충격은 그다지 깊지도, 그리고 절실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 힘든 변화가 마법사의 몸에 일어났다는 것, 그 정도가 그녀가 받아들인 정보의 전부였다. 따라서 그녀는 곧 충격에서 회복하여 마법사의 시체 곁으로 다가가 마법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읽어보았다.

  「마리온에게 남긴다.
  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너에게, 내가 남겨줄 수 있는 것은 아마 이것 뿐인 것 같구나. 네가 사라지고 난 후, 나는 필사적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였다. 너의 바람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였지.
  …인간이 아닌 것을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가.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 어찌 보면 가장 커다란 명제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뿐이 아니라 모든 생물은 그 생명을 가지고 있기에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고, 그것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신비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단백질과 수분, 기타 몇몇 요소의 결합일 뿐인 이 몸에 '생명' 이라는 것이 깃들어 있고, 그것이 어떤 존재에게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한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지.
  그리고 나는 비로소 발견했다. 인간이 아닌 너에게 인간과 같은 몸과, 거기에 깃든 생명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생명을 창조하는 방법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오직 생명이라는 것의 정수를 파악하고, 그것을 정제하여 가공하고 그것을 이동시키는 방법만을 알아냈을 뿐이다. 나는 너를 만들었지만, 생명까지는 만들 수 없었다. 그것이 아마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인지도 모르지.
  따라서 나는 네게 나의 생명을 남긴다. 이것은 너를 만든 내가 가지는 책임의 일부이며, 나는 그것을 실행하는 것 뿐이다. 그런 만큼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조차 너는 할 필요가 없다. 남은 것은, 내가 남긴 생명의 정수를 네가 흡수하여 새로운 몸과 생명을 네 것으로 하는 것이다. 여타 모든 변수는 이미 내가 모두 계산하여 고려해 두었으니 신경쓸 필요는 없다.

  이것을 보는 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 딸아. 새로운 인간의 삶을 살며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아마 이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 될 터이니.」

  그녀의 눈에서 액체가 흘러내렸다. 인간이었다면 눈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눈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진하고 붉고 그리고 차가웠다. 그녀는 그제서야 마법사에게 도달한 '죽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생명이 사라진 후에 나타난 극적인 변화였다. 그의 생명은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병 안에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일이었기에,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조차도 더 이상 마법사가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을, 생물이라고 부를 수 없는 단순한 물건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이해했고, 그것은 그녀에게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과, 그리고 그녀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생각의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녀는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나오는 그 붉은 액체야말로,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흘리는 눈물인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이윽고 눈물을 멈추고는 파손되고 손상된 팔을 뻗어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병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입 안에 털어넣는 대신 그것을 가슴 한 켠에 가만히 끌어안은 채 마법사의 유해 바로 옆 발치에 조용히 앉았다. 그녀는 이미 마음 속으로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녀 나름의 죽음, 즉 모든 기동을 정지하고 그녀를 유지하는 모든 내부의 연결(인간이라면 혈맥과도 같은)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인간의 생명 대신 깊고 영원한 잠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의 눈이 감기고, 이후 그녀는 단 한번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렇게 시간의 모래 속에 묻혀 버렸다. 단단한 돌 속에서 그녀는 마치 화석이 된 것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긴 세월을 흘려 왔던 것이다.


  컴퓨터의 출력이 끝나자, 과학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혹자는 컴퓨터의 해석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자는 기억 장치의 파손으로 인한 기억의 자연적인 훼손에 의한 재구성이라고 했다. 또 어떤 자는 조심스럽게,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진실이 아닐까 하며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기록에 슬그머니 동의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확실한 근거를 가지지 못한 채 단지 추측만이 무성한 그 순간에도 그녀는 유리관 안에서 계속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그 자신조차도 이미 잊어버렸을 듯한, 혹은 이제 어디에도 남지 않은 옛 시간 속에서 단지 의식 가운데의 흐릿한 흔적으로만 남아 있을 법한, 그만큼 너무나도 먼 기억(記憶)이었다.

  * 참고로, 이 글은 구상 목록에 있는 '강철소녀 마리온'의 다이제스트입니다.

편지 : #6½.

편지를 써요 2007/02/11 23:42
  2007. 2. 11

  노나메 님에게.

  이래저래 일이 많아졌습니다! 드디어 서강대학교에서 일을 보내왔습니다. 학보 삽화가 4개, 4컷만화가 하나입니다. 뭐 그렇게 일이 복잡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간다는 건 사실입니다. 거기다 최근 시작한 '글쓰기 100제' 라던가, 아는 분의 자작게임에 원화를 제공해야 하는 등등, 어쨌든 귀찮으리만큼 이것저것 일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불평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노는 것보다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게 더욱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의 분주함도 저에게는 과히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조금 압박이 들어올 때도 있지만요.

  제대로 된 편지를 드리지 못하는 걸 양해해 주세요. 조금 더 상황이 정리되면 그 때 좀 더 길다란 편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2007년 2월 11일, 바쁜 나날 속에서,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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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4. 비

  딩동, 하는 소리가 텅 비어 있던 귓가에 파고들었다.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며 반 억지로 시간을 데리고 놀고 있던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가 온다가는 일정도 특별한 연락도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반가워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이 재차 초인종이 울렸다. 나갈께, 하고 외치면서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자 거기에는 예상했던 대로 어딘가 살짝 풀린 것 같은 인상을 지닌 그의 모습이 있었다.

  "으, 춥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인지 어제보다 더 추운 것 같네. 문 앞에서 기다리느라 얼어붙는 줄 알았다니까."

  그는 들어오면서 과장된 몸짓을 섞어 가며 호들갑을 떨어 보였다. 바깥이 실제로 추운지 따스한지 난 사실 잘 모른다.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 않은 채 집 안에만 있었더니 계절 감각이 사라진 것일까. 물론 그도 내가 요즘 들어 집을 나선 적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겠지. 그래도 내 옆을 스치는 그의 옷자락에서 희미한 냉기를 느낄 수는 있었다. 그저 농담만은 아니었던 것도 같다.
  나보다 먼저 거실로 들어간 그의 등을 곁눈질로 좇으며 현관문을 닫고 들어서다가, 옆의 신발장 문고리에 못 보던 회색 우산이 하나 걸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들고 온 것이 틀림없다. 나는 그에게 가볍게 말을 걸어보았다.

  "이 우산은 뭐야?"

  "아까 하늘이 흐리다고 말했잖아.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비가 올 확률이 육십 퍼센트 이상이라더라. 그래서 가지고 왔지. 난 델리케이트(Delicate)한 남자거든."

  몸에 걸친 외투를 벗어 적당한 곳에 걸쳐 놓으면서 그는 히죽 웃었다. 그 뻔뻔하리만큼 장난기가 가득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그는 방금 전까지 내가 앉아 있던 소파에 찰싹 하고 소리가 날 만큼 힘차게 걸터앉았다. 그리고 나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용히 그의 옆으로 가서 그와 몸을 맞대고 붙어앉는다.
  그가 여기에 찾아오면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같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딱히 일부러 말하거나 함께 의논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깨를 맞대고 몸을 붙인 채 앉아 있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함께 있다는 실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그와 내가 앉아 있는 소파의 정면에는 TV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우리가 함께 앉아 TV를 보거나 하는 경우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거의 없다. 애시당초 혼자 있어도 TV를 켜는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그가 TV 앞에 앉아서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는 풍경 또한 상상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잠시 그 상태로 가만히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조용하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다. 가끔은 이런 식으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대로 있을 때도 있다. 그건 그 나름대로 상당히 마음 편한 일이다. 혼자 있을 때의 편안함,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충실감. 좀처럼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 그와 함께 있을 때는 그 점이 좋다. 물론 불만 같은 건 손톱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귀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는 단 한번도 거기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은 적은 없었다.
  그는 좋고 싫은 것을 확실히 표현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의 그런 점도 좋아하고 있다.

  *   *   *

  "그러고보니 말야, 비 좋아해?"

  막연히 내 옆에 앉아 있는 그에 대해서 생각하는 도중, 그가 조금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이것도 우리 사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 만큼 나도 태연히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있었다.

  "별로. 비 오면 눅눅하잖아. 그리고 나갈 때도 불편하고."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두 가지는 내게 있어서 상당히 곤란한 일이다.

  "하하. 그건 확실히 너에게는 별로 탐탁치 않은 부분이겠네."

  그는 실없이 웃으며 방금 생각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의 적당하게 마른 팔의 감촉은 하얀 털 스웨터의 아래에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의 피부는 남자치고는 기묘하리만큼 얇아서 핏줄이 다 드러나 보일 것 같다. 나는 가만히 그의 겨드랑이 아래로 머리를 기대 보았다. 그의 심장소리는 느릿한 리듬을 타고 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왠지 잠이 몰려오는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약간 틀어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눈 앞의 허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입을 열어 그에게 말해 보았다.

  "넌 비를 좋아하는 거야?"

  대답은 한 박자 늦게 되돌아왔다.

  "…좋아해. 예를 들자면 비가 내릴 때 특유의 어두침침한 느낌이라던가."

  "그래서? 단지 그것 뿐?"

  그의 목소리에 주석을 붙이는 것처럼 멍하니 되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러면?"

  비로소 그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소의 약간 장난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갑작스레 옆의 베란다 창문 쪽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직은 내리지 않는 모양이네."

  "뭐야, 말 돌리는 거야?"

  "글쎄. 어느 쪽일까."

  애매하게 말 끝을 흐리며, 그는 내 머리를 살짝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그다지 키가 큰 편이 아니고 그는 남자 중에서 대략 보통 이상은 되는 키였기에, 자연스럽게 나는 그의 품 속에 들어간 것 같는 형상이 되었다. 그의 가슴팍에 살짝 머리를 기대자 귓가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그 상대로 손을 뻗어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체온 때문일까. 나른한 편안함이 나를 감싸안는 것 같은 기분에 한순간 잠이 확 몰려왔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몸을 약간 뒤척여 편한 자세로 그에게 몸을 맡기자 그는 내 머리 위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햇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라서 그런 거야."

  그것이 방금 전 나의 물음에 대한 답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렸다.

  "잠시 이대로 자도 좋아. 적당한 때에 깨워줄 테니까."

그의 손길은 여전히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어느새 눈을 감은 채 깊은 심연 속으로 내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어느새 잠깐 동안의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가 어깨를 살짝 흔드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흐릿한 시야 안에 내 몸을 감싸안은 그의 팔이 보였다. 나, 그의 품 안에서 자고 있었구나… 하고 나는 납득했다. 잠이 덜 깨서인지 아직도 머리가 살짝 멍한 느낌이었다. 그 애매하지만 기분 좋은 감각에서 가만히 침잠해 있자니 문득 그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들어봐. 지금 비가 내리고 있으니까."

  솨아아아―

  그에 의해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비가 내리는 소리를 인식할 수 있었다. 약간 낮고도 깔리는 듯한, 빗방울이 구름에서 지상을 향해 떨어지며 내는 무수한 소리의 집합. 지붕에도, 창틀에도, 나뭇잎에도, 유리창에도, 자동차에도, 누군가의 우산 위에도, 그리고 땅 위에도 비는 떨어지며 각각의 울림을 담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였다. 하나이며 또한 모든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이 세상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서 울리는 것 같은 희미한 공기의 떨림으로서 안개가 낀 듯한 나의 의식을 가만히 두드리고 있었다.

  "비의 목소리야."

  그가 가만히 이야기했다. 아니, 어쩌면 그가 말한 게 아닐지도 몰랐다.

  "이 소리를, 너에게도 들려주고 싶었어."

  아아. 그렇구나.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화음(和音). 거기에는 분명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울림'이 있었다. 그것을 대체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다시 잠이 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넓고 풍성한 그 울림을 몸 전체로 느끼며, 나는 다시 어둡고 고요한 잠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   *   *   *

  나는 차가운 소파 위에서 홀로 눈을 떴다. 거실 전체를 아우르는 어둠이 머리 위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키고도 잠시 멍해진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깨달았다. 그는 이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벌써 일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그는 죽었고, 시체는 화장을 했다. 화장터의 굴뚝에서 느릿하게 피어오르던 푸르고 흐릿한 연기, 그리고 한 줌의 재가 된 그의 유골이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던 느낌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텅 빈 겨울 바다에 타고 남은 재를 뿌리며 나는 이상하게도 전혀 울지 않았다. 가슴이 뭉개지는 듯한 슬픔이 박혀 있었지만 왠지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몇 번이고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렸던 그의 부모님과는 달리, 재가 허공에 흩어지며 바다로 가라앉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나는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것을 떠올리자마자 내게 지금의 현실이 명확하게 인지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꿈을 꾼 것 같았다.
  혼자가 된 이후 그의 꿈을 꾼 것은 처음이었다. 어째서? 왜 이제 와서? 그가 죽고 나서 나는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잠을 청할 때마다 찾아오는 깊은 어둠, 그리고 어느새인가 의식이 깨어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것은 이미 내게 있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1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그가 살아 있었을 때의 꿈을 꾸다니.
  의문은 곧 풀렸다. 소파 위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나의 귓가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비가 내리고 있는 소리였다. 그것은 그가 살아 있었던 그 때처럼,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 조용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가 알려 주었던 너의 목소리가 나에게 그를 다시 만나게 해 주었던 거구나.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목구멍을 타고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솟아 올랐다.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앞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비의 목소리를 통해서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는 분명히 그 안에 있었다. 그것이 사무치도록 가슴에 전해져 와서, 마음을 두드려서…

  '이 소리를, 너에게도 들려주고 싶었어.'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비의 소리가 나를 감싸안고 있는 그 안에서 나의 목소리는 기묘한 떨림과 함께 결코 섞이는 일 없이 주변을 향해 퍼져나갔다. 그것은 말하자면 이제서야 겨우 할 수 있었던, 그에게 이별을 고하는 작은 의식(儀式)이었다.
  2007. 2. 6

  노나메 님에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라고 말했습니다만, 사실 이것은 투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노나메 님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소중한 분 몇몇에게도 편지를 쓰고 있고… 원한다면 누구든지 메신져를 이용하여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저는 외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외로움은 말하자면 마음 속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분들이 있는 한 외로움을 느낄 이유는 없겠죠. 그런데도 왜 편지의 첫머리부터 저런 말을 썼느냐구요? 음, 그건 아마 지금 제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가 한 시간 동안 뒤척이다 다시 일어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요.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외로운 게 아니라 그리운 것입니다. 사람들의 온기가, 체취가, 미소가, 피어났다 사라지는 웃음이, 어쨌든 즐겁게 느껴지는 별 거 아닌 잡담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술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는 술자리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지금 노나메 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그나저나 이야기를 바꿔서, 저는 어제부터 아침 일찍 도서관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자료실에서 도서 열람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갑자기 무슨 공부냐고요? 사실 이번에 약간 시간이 남을 동안에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미리 봐 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필기 합격 후 1년 안에 실기 시험을 보면 되니까, 조금 노력해서 지금 필기 시험에 합격하면 나중에 편하게 실기에 전념할 수 있으니까요. 아르바이트는 당분간 포기했습니다. 1개월 미만의 기간으로는 그다지 적당한 곳을 구할 수 없으니까요. 3월 정도가 되면 그 때 가용시간을 맞춰서 다시 구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아마 주말 알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주중에는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요.
  열람실에서는 시간이 잘 갑니다. 어쨌든 구립도서관인 만큼 그렇게까지 정숙이 지켜지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그럭저럭 집중해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정도는 됩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칸막이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옆이나 앞 사람이 조금 신경쓰인다는 것일까요. 하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니만큼 그 정도는 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그렇게 공부하다가 12시가 되면 식당으로 내려와 도서관 우동-천원짜리 식권을 구매해서 받는 빈곤 우동-을 먹는 것입니다. 이 도서관은 단무지를 무료로, 원하는 만큼 가져가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도서관의 우동은 도무지 맛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고추가루를 살짝 치고 연신 단무지를 입으로 가져가며 같이 먹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 그릇을 비우면 오후까지 배가 고파지는 일 없이 독서나 공부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이 도서관을 들락거렸지만 이 우동의 맛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도서관 식당에서는 우동 외에도 라면이나 학교 급식이 생각나는 점심메뉴를 제공합니다만, 저는 언제나 우동을 사 먹곤 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제일 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앞서 '맛이 없는' 운운하긴 했지만 전 이 우동을 정말 좋아하니까요.

  밤이 점점 깊어갑니다. 해머벨 자명종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편지를 쓰고 나서, 저는 평소처럼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8시에 눈을 뜰 것입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노나메 님의 '하루'가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지는 모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어도 그것이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은 똑같으니까 말이죠.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서 잠의 세계로 떠나야 할 때가 되었군요. 안녕히 주무세요.

2007년 2월 6일, 밤의 가운데에서, 이피. 


  P.S : 최근에는 니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역시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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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30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노시보 효과라는 것을 알고 있으세요?
  갑작스레 질문으로 편지를 시작하는 게 좀 쌩뚱맞긴 하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시보 효과란, 즉 말하자면 타인에 의한 부정적인 암시가 실제로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암시에 의한 결과인 플라시보 효과와는 상반된(하지만 이론은 같은) 효과라 할 수 있지요. 왜 갑자기 이런 소리를 꺼냈느냐 하니―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가 그 사람에게 그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씁니다만, 어쩌면 그것은 '근묵자흑', 즉 노시보(혹은 플라시보) 효과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 자신 또한 자신도 모르게 변화되는 것이죠.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아니면 나쁜 방향이든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저는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제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노나메 님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볶음밥을 좋아합니다. 볶음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양한 반찬을 먹기보다는 한 두가지의 찬을 가지고 빨리 식사를 마치길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었어요. 그냥 방금 전 그렇게 생각해 보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왠지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볶음밥은 밥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한데 볶아 밥 속에 재료의 풍미를 흡수시켜 조화로 이끄는 것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볶음밥을 먹을 때에는 굳이 다른 반찬을 옆에 놓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수저를 입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볶음밥에 여섯 개 이상의 재료를 넣는 일은 드물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 하면 오히려 전체적인 조화를 깨게 될 뿐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나라는 밥상 위에 수많은 반찬을 올려 놓고 밥과 함께 먹잖아요? 그것은 볶음밥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밥과 반찬은 기본적으로 1:1의 관계입니다. 밥 위에 두 가지 이상의 반찬을 같이 올려서 먹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쌈이나 비빔밥 등은 별개로 치자구요) 그런 다양한 1:1을 즐기는 것이 우리 식의 식사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볶음밥과는 당연히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그런 만큼, 볶음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다양한 반찬과의 관계를 하나 하나 추구하기보다는, 많지 않은 몇 가지의 반찬을 가지고 그것을 전체적으로 조율하여 식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떨까요? 음, 아니라고요? 하지만 그럴듯하게 생각되지 않으세요?
   이야기가 오늘도 통통 튀어다니네요. 그다지 편지를 많이 쓴 건 아니지만, 노나메 님도 어지간히 질리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생각의 흐름에 맞춰 편지를 적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화제는 저 멀리로 달려가서 손짓을 해 보입니다. 거기에 맞춰 죽어라 뛰어가서 헥헥거리다 보면, 화제는 또 저기 저 편으로 가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것이죠. 이영도 씨의 단편인 <오버 더 호라이즌> 을 보면 '수다의 궁사들이 화제를 그들의 혀에 걸고 저기 저 먼 곳을 향해 쏘아붙혔다.' 라는(기억에 의존하고 있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유가 나옵니다. 과연 감탄할 만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오버 더 호라이즌>에는 그 외에도 꽤 볼만한 묘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어제 내리다 그친 눈이 치우다 만 비누거품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라던가, "나는 침묵의 동토에 힘차게 첫 삽을 내리꽂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께서 시제품에 누락된 기능이 포함된 최신형 육신을 내려주실 확률은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피곤에 지친 내 몸을 이끌고 보안관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같은 것들 말이죠. 아, 물론 100%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별로 좋지 않은 기억력을 용서해 주세요. 어쨌든 이영도 씨의 소설은 그만큼 매력적입니다. 대표작인 <드래곤 라자>만이 흔히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오버 더 호라이즌>이라는 연작 단편소설 또한 <드래곤 라자>에 비견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객관적인 평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요. 하하.
  그러고 보니 근황을 말씀드리는 것을 잊었는데, 요즘은 노나메 님 외에도 편지를 쓰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비밀입니다만(이런 건 혼자 간직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요), 편지를 쓴다는 건 언제나 잔잔한 즐거움을 동반하는 일이지요. 그런 점에서 요새는 이래저래 즐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여전히 구해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요즘의 일상에서 마이너스적 일의 주 근원이라면 바로 저 부분일 것 같네요. 3월부터는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할 테고, 한 달 정도만 짧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전부터 여러 번 얘기했지만 거의 없다시피 하네요. 요즘 사실 약간 감기 기운도 생기고 해서 전단지 알바는 선택보류입니다. 어쩌면 이대로 또 한 달이 쭉 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도 조금… 설마?

  그럼 이번 편지는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전에 썼던 편지에서 의자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은근히 비싸다는 게 제 발목을 잡고 있네요. 재활용 매장에 문의해 봐도 하이팩 사무 의자가 2만 8천원이라는 답변에 약간 좌절하고 있습니다. 편한 의자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고민만 계속해서 이어지네요.

2007년 1월 30일, 미열을 느끼며, 이피

  P.S : 최근에 점점 잠이 늘어나고 있는 기분입니다. 곤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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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은 영어로 suicide이며, 그 어원은 라틴어의 sui와 c do, 즉 자기 자신을 죽인다는 두 낱말의 합성에서 비롯되었다. 한자로도 自殺, 즉 스스로 자신을 죽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이성에 바탕을 둔 스스로의 생각에 의한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생물이라는 전제 하에서, 자살 또한 그러한 선택의 일환으로써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살은 옳을 수가 없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자살은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인간은 살아가면서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반대로 자신 안에 타인을 간직한다. 나와 관계된 타인의 안에는 그 자신의 일부분이 포함되며, 나 또한 단지 나라는 하나의 존재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나'는 단수가 아니며, 나라는 개체 자체가 복수로써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는 이상, '나'는 단수로써 표현될 수 없다. 나라는 존재의 부분과 타인에 의해 성립되는 부분은 서로 뒤섞여 있으며, 칼로 자르듯 정확히 양분할 수 없다. 그 모두를 복합적으로 판단할 때 비로소 사회적 개체로써의 '나'라는 단위가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이란 단순히 '나' 를 죽이는 것은 아니다. 자살은 '나'라는 생물을 죽이는 것과 동시에, 자신 안에 있는 타인의 일부분 또한 같이 (간접적으로)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의 일부가 된 '나'의 사회적 가치를 소멸시킴으로써 타인의 내면에 (그것이 크든 작든 간에) 공동(空洞)을 만든다. (사고사와 같은 원치 않은 돌연한 죽음은 이러한 요소가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것일 뿐이며, 일반적인 죽음의 경우에는 자살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준비하기 위한 심리적인 유예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마땅히 구별되어야 한다) 개인의 자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허용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살이 개인의 선택이자 권리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우리는 자살한 사람의 처지를 동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살의 당위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자살은 자신과 타인 양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며, 자유 혹은 스스로의 의지나 선택이라는 이름 하에 행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편지 : #4.

편지를 써요 2007/01/23 21:16
  2007. 1. 23

  사랑하는 노나메 님에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번 편지에 썼던 대로 첫머리를 살짝 바꿔 봤습니다. 어떤가요? 역시 낯간지러울까요? 하기야 어떻게 생각해보면 일방적으로 떠맡기는 사랑은 민폐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정도의 표현은 너그러이 보아 넘겨 주실 거라고 (멋대로) 믿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노나메 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만큼, 제 나름대로 어떠한 상(像)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들어 보세요! 제가 생각하는 노나메 님은 말수가 적고 온화하며, 언제나 조용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한 두 마디로 동의를 표하거나 어떤 점을 지적하거나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