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써요'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08/07/22 편지 : #10. (4)
  2. 2008/04/28 편지 : #9. (4)
  3. 2008/03/10 편지 : #8. (6)
  4. 2007/02/22 편지 : #7. 일람 (2)
  5. 2007/02/11 편지 : #6½.
  6. 2007/02/06 편지 : #6. 그리움, 그리고 도서관 (4)
  7. 2007/01/30 편지 : #5. 노시보 효과와 볶음밥
  8. 2007/01/23 편지 : #4.
  9. 2007/01/16 편지 : #3. 제 사랑을 받아 주세요 (2)
  10. 2007/01/11 편지 : #2. (2)
  11. 2007/01/06 편지 : #1½. (4)
  12. 2007/01/04 편지 : #1. (2)
  13. 2007/01/01 편지 : #0. (6)

편지 : #10.

편지를 써요 2008/07/22 18:40

  노나메 님,

  얼마 전에, 조금씩 쓰고 있던 편지를 한 번 날려버렸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변명이 될 것 같지만, 절대로 사실입니다!) 거기다 바쁜 나날들이 겹쳐져서, 소식을 전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네요. 하지만 설령 무슨 일이 있더라도, 블로그나 다른 여러가지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편지는 계속해서 지속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 중 하나이니까요.

  오늘은 오랜만에 맞는 휴일입니다.
  날씨는 기분 좋은 맑음. 시원한 바람. 햇살은 구름에 가려 살짝 옅어져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맞물려 기분 좋은 오후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네요.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왔었습니다. 최근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네요. 전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는 이만한 영화도 없을 것 같네요. 정우성이 줄을 타며 샷건으로 적들을 하나씩 저격(!)하는 장면이나, 말을 타고 가며 샷건을 한바퀴 돌려 장전하며 쏘는 모습 등은 눈을 즐겁게 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병헌의 '비뚤어진'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다고 생각해요. <달콤한 인생>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연기했었습니다만, 이병헌은 이런 역이 잘 어울리지 않나 하고 생각해봅니다. 송강호는... 워낙 베테랑이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아는 분에게 이 영화 이야기를 했더니 '스토리가 워낙 빈약해서 아쉽다' 라는 말씀이 돌아왔었습니다. 뭐 그건 사실이에요. 시놉시스는 매우 심플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상당히 급속하게 이루어진 경향이 강하며, 도중에 재미를 느낄 만한 잔가지가 너무 없었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뭐, 그래도 어차피 제목부터가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했고-달리 말하자면 캐릭터 외에는 볼 게 없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캐릭터간의 개성이나 움직임을 보고 있는 것 자체로도 즐거웠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게 보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혹시 아직 보시지 않았다면 추천하고 싶네요.

  최근 칵테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가 말했던가요?
  달콤하고, 새콤하고,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는 칵테일에, 최근 푹 빠져 버렸답니다.
  아라키 조 원작의 <바텐더>라는 만화를 읽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서, 찾아보는 사이에 흥미가 동해서 지금은 간단한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마시거나 합니다. 물론 몇 개 안 되긴 하지만요.
  만들어 본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칵테일은 '진 토닉'입니다! 상큼하고, 시원하고, 천천히 마시기가 좋아요. 기분 좋은 청량감과 깔끔한 뒷맛 덕분에 음료 마시듯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혹시 칵테일을 마셔보신 적이 없다면 추천하고 싶은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 만드는 거라면 '김렛'이나 '진 피즈' 정도군요. 전부 진(Gin)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지요. 주머니가 가볍기 때문에 다른 술들은 아직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드라이 베르뭇 정도는 사서 '마티니' 정도는 만들어 마셔보고 싶지만요.

  그러고 보면 요즘은 가급적 여러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제가 얼마나 외로워하고 있는지 조금 자각했거든요.
  그 전까지는 집 안에서 하루 종일 혼자서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것에 익숙했지만, '사회'라는 곳에 나서자 사람의 온기가, 목소리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비가 내릴 때, 전 그때 청주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잠실 쪽으로 일하러 가느라 시간을 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급적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래서 좀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뭐 그랬어요. (그 분들께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만 해도 제가 멋대로 친구(라고 해도 제가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를 끌고 나가서 영화를 보러 간 거고요. 5시부터 아르바이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저와 함께 다녀준 것에 정말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후 6시에 일이 끝나더라도, 가볍게 잠깐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왠지 모르게 푸념하는 편지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 언제나 열심히 힘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조만간 또 편지하겠습니다. 그럼!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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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9.

편지를 써요 2008/04/28 22:38

  노나메 님에게.

  삼가 엽서 올립니다. 지금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관계로, 자세한 근황은 차후 서면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4월 한 달과 5월, 6월까지는 다사다난한 기간이 될 것으로 예측되오며 문화생활은 거의 영위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커녕 쉬기에도 바쁜 짬짬이 이런저런 생각만을 하고 있다는 것만을 우선 알려 드립니다. 그럼 환절기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총총.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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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8.

편지를 써요 2008/03/10 21:23

  노나메 님에게.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기분입니다.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근 1년만에 드리는 편지라서 그런지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하기야 어쩔 수 없겠지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우연찮게도 어떤 분(역시 익명이십니다)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이 편지를 쓸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지도 몰라요! 앞으로는 정말 가끔이나마, 혹은 짧게나마 다시 조금씩 편지를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얼마나 불성실한 제 자신일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사실 최근에는 조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알고 싶으세요? 그럼 조금이나마 이 편지에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보세요!

  최근 저는 사회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멍하니 풀을 뜯고 있는 양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뭐랄까―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말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혹은 그 말 위에 타고 있는 기수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어떤 일인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제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다진 뒤에야 비로소 부끄러움 없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쨌든 사회 초년생의 입장은 굉장히 미묘합니다. 말하자면, 굉장히 높은 두 탑 사이에 한 줄기 밧줄이 걸려 있고, 그 위를 긴 장대 하나만을 의지한 채 균형을 잡고 건너야 하는 삐에로와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을 조금이라도 헛디디면 끝장입니다. 그리고 발 밑을 바라봐서도 안 됩니다. 눈이 빙글빙글 돌아서 아예 한 걸음도 디딜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그저 저 멀리 앞을 바라보면서 휘청거리며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뒤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노나메 님이 그런 기분을 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회인이란 정말 그러한 것입니다. 일단 열심히 배우면서 스스로에게 맡겨진 직책에 충실하려 노력합니다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실수도 자주 하곤 합니다. 아직은 멀었다는 뜻이려나요.

  자, 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최근 제 근황을 조금 이야기해 볼까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와 같은 작가의 최신작 <빅 머니>입니다. 전자는 예전에 읽었던 적이 있었고, 후자는 이번에 처음 읽은 책입니다. 느낌은…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이시다 이라의 다른 소설도 대부분 모두 읽었습니다만, 이 작가의 소설은 한 번도 절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무엇보다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폭넓습니다. 위에 언급한 두 소설도 전혀 다른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입니다. <이케부쿠로>는 도쿄 선샤인 거리를 중심으로 한 약간 일탈한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후자는 마켓―즉 금융거래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생각하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없습니다. 이시다 이라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간결하면서도 특징적인 필체를 앞에 두면, 어느새 그런 생각은 깨끗히 잊은 채 소설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팬을 자처해 왔는데, 지금은 이시다 이라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바나나가 싫어진 건 아니지만, 취향이 달라진 것일까요? 바나나 특유의 정적이고 네거티브한 감성보다는 이시다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더 마음이 쏠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혼자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따져 보면 약 4년 전에 구상했던 소재입니다만, 쓰게 된 건 최근이에요. 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하세요? 제목은 <평행세계>입니다. 저것만 보면 골치아픈 과학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또 다른 나' 를 만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 둘은 성격도, 성별도 정 반대입니다. 마치 거울에 비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분명히 자기 자신과 전혀 다른 게 없지만, 어떻게 보면 좌우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 소설은 이런 서두로 시작한답니다.


  『나는 경악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고 예기치조차 못했다. 눈 앞에서의 갑작스러운 폭발, 매캐한 연기가 눈 앞을 가리는 바람에 대체 무슨 일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매운 냄새에 눈물과 콧물이 사정없이 새어나오며 기침이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것을 어찌할수 없었던 나로서는 그저 눈을 꼭 감은 채 코와 입을 감싸는 것이 전부였다.
  이윽고, 연기가 서서히 걷히고 내가 눈을 뜨자, 눈 앞에는 낯선, 하지만 왠지 친숙한 얼굴을 한 여자애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때요? 제법 흥미롭지 않나요? 혹시 관심이 가신다면 '메모장'으로 와 주세요. 현재 4화 1편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만(소설을 쓸 시간을 내기가 힘들거든요), 전개는 이미 정해져 있는 만큼 조만간 써서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괜찮다면 응원해 주세요.

  *   *   *

  요즘은 날씨가 제법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황사가 심한 것은 골치입니다. 그 탓에 감기도 더 쉽게 오는 것 같네요. 제 친구 중 하나는, 하필이면 이 시기에 독감에 걸려서 꼬박 일주일을 집에서 병원도 못 간 채 끙끙 앓았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제법 좋아진 것 같긴 합니다. 사실 황사뿐만 아니라 아침저녁의 일교차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절기라는 건 참 큰일이군요!

  하지만 이것도 봄이 오는 징조라고 할 수 있겠지요. 4월 중순쯤에 꽃이 개화한다고 합니다. 올해에도 누군가와 함께 벚꽃을 보러 가고 싶네요.
  이번 편지는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조만간 또 편지로 찾아뵐께요.


  2008년 3월 10일, 때늦은 새해 인사를 보내며, 이피.


  P.S : 오늘 PC용 스피커를 새로 샀습니다. 근데 고음 부근에서 잡음이 좀 들리는 것 같아 약간 우울해지네요. 쓰다 보면 좀 나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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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2. 22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이번 편지는, 글쎄, 뭐랄까. 하나의 문장으로 죽 이어서 쓰기가 왠지 힘들다 싶어서 몇 가지의 항목으로 나누어 쓰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편지 자체도 짧아질 것 같네요. 생각해 보면 최근에 편지 자체도 약간 뜸한 감이 있고 했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조금만 이해를 부탁드려요. 그럼 자세한 건 아래로.

  *   *   *

  ▷블로그에도 한 번 썼습니다만, 감기에 걸려서 고생했습니다. 아직까지 감기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이래저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네요. 올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한 편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래서 감기에 더욱 걸리기 쉬운 환경이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텐션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신년을 맞아 이런저런 것들을 의욕에 넘쳐 시작한 것은 좋습니다만, 무언가에 의해 자신이 얽매인다는 것에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블로그도 그 중 하나입니다만,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일에 그 스스로가 제약을 받는다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당분간 블로그를 하는 것을 쉴까 하고 생각중입니다. 뭐, 그냥 게으름의 발현인지도 모르지만요.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꾸는 편입니다만, 쉬이 잠들지 못하는 만큼 요즘은 더더욱 꿈을 많이 꾸고 있습니다. 내용은 뭐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시시한 것들입니다만(그래서 깨고 나서 조금 있으면 모두 잊어버리는), 여하간 꿈을 꾼다는 것 자체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만 뭐랄까, 꿈을 꾸는 도중에는 잠깐 잠이 깨어도(자명종이 울린다거나)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해버리게 되어서 조금 곤란한 감이 있습니다. 글쎄. 어떨지.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쉽게 충족되지 못할 만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저는 주전부리를 매우 좋아합니다. 어린아이처럼 과자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자 자체의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입에 달고 있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음료수라던가, 여하간 액체로 된 것을 홀짝이는 것도 좋아하는군요. 사실은 이 쪽을 더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과자라면 짭짤한 맛, 음료수라면 달달한 것보다는 시거나 쓴 맛의 음료를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 맛을 싫어하는 것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최근에 머리카락을 약간 짧게 잘랐습니다.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의 문제는 둘째 치고, 여러가지로 편하기 때문에 마음에 듭니다.

  ▷제가 무언가를 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블로그도 그렇지만,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전부 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되니까요. 뭐, 그게 좋다 나쁘다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죠.

  ▷최근 읽고 있는 책은 리쳐드 래저너스의 <감정과 이성>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죠.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많은 감정들을 15가지 항목으로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는 만큼, 읽다 보면 이래저래 공감이라던가,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 비슷한 것도 하게 될 수 있거든요. 어때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겨울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곧 봄이 오겠군요. 벚꽃이 기다려집니다.

  2007년 2월 22일, 복잡한 마음으로,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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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6½.

편지를 써요 2007/02/11 23:42
  2007. 2. 11

  노나메 님에게.

  이래저래 일이 많아졌습니다! 드디어 서강대학교에서 일을 보내왔습니다. 학보 삽화가 4개, 4컷만화가 하나입니다. 뭐 그렇게 일이 복잡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간다는 건 사실입니다. 거기다 최근 시작한 '글쓰기 100제' 라던가, 아는 분의 자작게임에 원화를 제공해야 하는 등등, 어쨌든 귀찮으리만큼 이것저것 일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불평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노는 것보다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게 더욱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의 분주함도 저에게는 과히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조금 압박이 들어올 때도 있지만요.

  제대로 된 편지를 드리지 못하는 걸 양해해 주세요. 조금 더 상황이 정리되면 그 때 좀 더 길다란 편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아무쪼록 건강하세요.

2007년 2월 11일, 바쁜 나날 속에서,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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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2. 6

  노나메 님에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라고 말했습니다만, 사실 이것은 투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노나메 님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소중한 분 몇몇에게도 편지를 쓰고 있고… 원한다면 누구든지 메신져를 이용하여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저는 외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외로움은 말하자면 마음 속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분들이 있는 한 외로움을 느낄 이유는 없겠죠. 그런데도 왜 편지의 첫머리부터 저런 말을 썼느냐구요? 음, 그건 아마 지금 제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가 한 시간 동안 뒤척이다 다시 일어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요.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외로운 게 아니라 그리운 것입니다. 사람들의 온기가, 체취가, 미소가, 피어났다 사라지는 웃음이, 어쨌든 즐겁게 느껴지는 별 거 아닌 잡담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술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는 술자리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지금 노나메 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그나저나 이야기를 바꿔서, 저는 어제부터 아침 일찍 도서관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자료실에서 도서 열람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갑자기 무슨 공부냐고요? 사실 이번에 약간 시간이 남을 동안에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미리 봐 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필기 합격 후 1년 안에 실기 시험을 보면 되니까, 조금 노력해서 지금 필기 시험에 합격하면 나중에 편하게 실기에 전념할 수 있으니까요. 아르바이트는 당분간 포기했습니다. 1개월 미만의 기간으로는 그다지 적당한 곳을 구할 수 없으니까요. 3월 정도가 되면 그 때 가용시간을 맞춰서 다시 구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아마 주말 알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주중에는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요.
  열람실에서는 시간이 잘 갑니다. 어쨌든 구립도서관인 만큼 그렇게까지 정숙이 지켜지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그럭저럭 집중해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정도는 됩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칸막이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옆이나 앞 사람이 조금 신경쓰인다는 것일까요. 하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니만큼 그 정도는 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그렇게 공부하다가 12시가 되면 식당으로 내려와 도서관 우동-천원짜리 식권을 구매해서 받는 빈곤 우동-을 먹는 것입니다. 이 도서관은 단무지를 무료로, 원하는 만큼 가져가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도서관의 우동은 도무지 맛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고추가루를 살짝 치고 연신 단무지를 입으로 가져가며 같이 먹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 그릇을 비우면 오후까지 배가 고파지는 일 없이 독서나 공부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이 도서관을 들락거렸지만 이 우동의 맛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도서관 식당에서는 우동 외에도 라면이나 학교 급식이 생각나는 점심메뉴를 제공합니다만, 저는 언제나 우동을 사 먹곤 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제일 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앞서 '맛이 없는' 운운하긴 했지만 전 이 우동을 정말 좋아하니까요.

  밤이 점점 깊어갑니다. 해머벨 자명종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편지를 쓰고 나서, 저는 평소처럼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8시에 눈을 뜰 것입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노나메 님의 '하루'가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지는 모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어도 그것이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은 똑같으니까 말이죠.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서 잠의 세계로 떠나야 할 때가 되었군요. 안녕히 주무세요.

2007년 2월 6일, 밤의 가운데에서, 이피. 


  P.S : 최근에는 니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역시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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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30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노시보 효과라는 것을 알고 있으세요?
  갑작스레 질문으로 편지를 시작하는 게 좀 쌩뚱맞긴 하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시보 효과란, 즉 말하자면 타인에 의한 부정적인 암시가 실제로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암시에 의한 결과인 플라시보 효과와는 상반된(하지만 이론은 같은) 효과라 할 수 있지요. 왜 갑자기 이런 소리를 꺼냈느냐 하니―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가 그 사람에게 그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씁니다만, 어쩌면 그것은 '근묵자흑', 즉 노시보(혹은 플라시보) 효과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 자신 또한 자신도 모르게 변화되는 것이죠.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아니면 나쁜 방향이든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저는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제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노나메 님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볶음밥을 좋아합니다. 볶음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양한 반찬을 먹기보다는 한 두가지의 찬을 가지고 빨리 식사를 마치길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었어요. 그냥 방금 전 그렇게 생각해 보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왠지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볶음밥은 밥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한데 볶아 밥 속에 재료의 풍미를 흡수시켜 조화로 이끄는 것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볶음밥을 먹을 때에는 굳이 다른 반찬을 옆에 놓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수저를 입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볶음밥에 여섯 개 이상의 재료를 넣는 일은 드물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 하면 오히려 전체적인 조화를 깨게 될 뿐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나라는 밥상 위에 수많은 반찬을 올려 놓고 밥과 함께 먹잖아요? 그것은 볶음밥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밥과 반찬은 기본적으로 1:1의 관계입니다. 밥 위에 두 가지 이상의 반찬을 같이 올려서 먹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쌈이나 비빔밥 등은 별개로 치자구요) 그런 다양한 1:1을 즐기는 것이 우리 식의 식사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볶음밥과는 당연히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그런 만큼, 볶음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다양한 반찬과의 관계를 하나 하나 추구하기보다는, 많지 않은 몇 가지의 반찬을 가지고 그것을 전체적으로 조율하여 식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떨까요? 음, 아니라고요? 하지만 그럴듯하게 생각되지 않으세요?
   이야기가 오늘도 통통 튀어다니네요. 그다지 편지를 많이 쓴 건 아니지만, 노나메 님도 어지간히 질리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생각의 흐름에 맞춰 편지를 적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화제는 저 멀리로 달려가서 손짓을 해 보입니다. 거기에 맞춰 죽어라 뛰어가서 헥헥거리다 보면, 화제는 또 저기 저 편으로 가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것이죠. 이영도 씨의 단편인 <오버 더 호라이즌> 을 보면 '수다의 궁사들이 화제를 그들의 혀에 걸고 저기 저 먼 곳을 향해 쏘아붙혔다.' 라는(기억에 의존하고 있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유가 나옵니다. 과연 감탄할 만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오버 더 호라이즌>에는 그 외에도 꽤 볼만한 묘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어제 내리다 그친 눈이 치우다 만 비누거품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라던가, "나는 침묵의 동토에 힘차게 첫 삽을 내리꽂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께서 시제품에 누락된 기능이 포함된 최신형 육신을 내려주실 확률은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피곤에 지친 내 몸을 이끌고 보안관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같은 것들 말이죠. 아, 물론 100%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별로 좋지 않은 기억력을 용서해 주세요. 어쨌든 이영도 씨의 소설은 그만큼 매력적입니다. 대표작인 <드래곤 라자>만이 흔히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오버 더 호라이즌>이라는 연작 단편소설 또한 <드래곤 라자>에 비견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객관적인 평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요. 하하.
  그러고 보니 근황을 말씀드리는 것을 잊었는데, 요즘은 노나메 님 외에도 편지를 쓰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비밀입니다만(이런 건 혼자 간직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요), 편지를 쓴다는 건 언제나 잔잔한 즐거움을 동반하는 일이지요. 그런 점에서 요새는 이래저래 즐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여전히 구해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요즘의 일상에서 마이너스적 일의 주 근원이라면 바로 저 부분일 것 같네요. 3월부터는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할 테고, 한 달 정도만 짧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전부터 여러 번 얘기했지만 거의 없다시피 하네요. 요즘 사실 약간 감기 기운도 생기고 해서 전단지 알바는 선택보류입니다. 어쩌면 이대로 또 한 달이 쭉 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도 조금… 설마?

  그럼 이번 편지는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전에 썼던 편지에서 의자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은근히 비싸다는 게 제 발목을 잡고 있네요. 재활용 매장에 문의해 봐도 하이팩 사무 의자가 2만 8천원이라는 답변에 약간 좌절하고 있습니다. 편한 의자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고민만 계속해서 이어지네요.

2007년 1월 30일, 미열을 느끼며, 이피

  P.S : 최근에 점점 잠이 늘어나고 있는 기분입니다. 곤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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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4.

편지를 써요 2007/01/23 21:16
  2007. 1. 23

  사랑하는 노나메 님에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번 편지에 썼던 대로 첫머리를 살짝 바꿔 봤습니다. 어떤가요? 역시 낯간지러울까요? 하기야 어떻게 생각해보면 일방적으로 떠맡기는 사랑은 민폐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정도의 표현은 너그러이 보아 넘겨 주실 거라고 (멋대로) 믿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노나메 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만큼, 제 나름대로 어떠한 상(像)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들어 보세요! 제가 생각하는 노나메 님은 말수가 적고 온화하며, 언제나 조용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한 두 마디로 동의를 표하거나 어떤 점을 지적하거나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딱딱하거나 재미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유머를 잊지 않는 면도 있는 그런 분인 것입니다. 그래요. 이건 사실 제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느 쪽이냐 하면 딱딱한 사람, 재미없는 사람에 속하는 편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유연한 기질의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타고난 성격 탓일까요? 글쎄요.

  그나저나 노나메 님은 기립성 저혈압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기립성 저혈압이란, 앉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낮아지는 증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경우, 어지럼증이나 권태감, 두통, 피로감, 구역질, 발한, 일시적인 시력이나 청력 장애, 심하면 실신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여러 번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별 거 아니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최근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의외로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꽤 많은 듯해요. 그래도 최근에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아, 오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자마자 주변의 의지할 만한 것을 잡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넘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뭐, 치명적인 증상은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은 다행이려나요? 앞으로도 조금 주의하기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나시키 카호의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를 읽고 있습니다. 원제는 <집지기 기담> 입니다. 죽은 친구의 집에서 집지기를 하며 살고 있는 주인공의 주변에 일어나는 기묘하고도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각 장마다 식물의 이름이 붙혀져 있습니다. 내용 자체도 그것과 관계가 크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 식물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글의 느낌은 왠지 가와카미 히로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비현실적인 부분을 천연덕스러운 문체로 기정사실인 양 써 놓는 게 매우 닮았습니다. 내용 전체가 잔잔한 느낌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인지 저와 잘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양장본이라서 가격은 9,000원입니다. (만약 부담이 되신다면 도서관 등을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돈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립니다만, 아직도 아르바이트는 구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단지 알바 정도는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그조차도 마땅한 게 없어요! '배포맨' 이니 '전단월드'니 하는 대행사에 연락한다면 자리가 나오겠지만, 이런 대행사는 왠지 조금 꺼려지는 것도 있습니다. 닳고 닳은 사람들인 만큼 까딱 빈틈을 보였다가는 급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왠지 그런 이미지 때문에 전단대행사 같은 곳에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걸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는 그다지 실속이 없는 알바 혹은 3개월 이상의 장기근무를 원하는 알바 뿐이군요. 복학 이전에 한 달 정도만 일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아무래도 선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은 모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차장 관리 쪽에 연락을 해 둔 것은 있습니다만,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해 놓고는 하루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여기를 믿고 있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 듯하고 개인 시간을 내기도 용이할 듯해서 끌렸습니다만, 이건 좀 곤란하잖아요? 이대로 가다가는 복학 이전까지 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만은 절대로, 절대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겠지요!

  이번 편지는 약간 짧습니다. 이야기를 한다면 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손이 움직이질 않네요.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제 마음을 흔들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저 마음만 조급할 뿐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가슴만 답답할 따름이네요.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노나메 님도 언제나 즐거운 나날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2007년 1월 23일,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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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16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들어 보세요! 오늘은 참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이제와서 다시 생각하자니 제대로 기억이 안 나지만, 일단 처음에는 영화 <돌려차기>의 한 장면이 펼쳐지더니(라고 해도, 사실 전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꿈 속에서는 '아, 이건 그거구나' 하는 식으로 납득했었죠. 물론 이런 건 꽤 흔한 일이지만요), 어느 순간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는데 그 안에는 길다란 통로가 있고, 왠지 모르게 헤엄쳐서(?) 그 통로를 통과하자 거기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슬럼가에서나 울려퍼질 듯한 힙합 음악을 틀고서 밖으로 나왔는데, 왠지 거리에 흑인들이 가득한 가운데 저는 베르사이유 비슷하게 생긴 궁전으로 들어가서(그곳도 흑인들이 꽉꽉 들어차서, 거의 궁전을 점령해 버린 분위기였습니다. 성문에다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그래피티를 해 놓은 센스란!) 그 곳의 외진 방에서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생긴 도자기(…)를 들고 그것을 문지르면서 세 가지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 소원이 뭐였냐구요? '사랑을 하게 해 주십시오.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사랑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잠이 깼지요. 정말이지 황당무계한 꿈이었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마지막에 빌었던 소원만큼은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요. 사실 모두들 누군가를 사랑하길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예외는 아니고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소중한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말하자면 짝사랑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속에 행복이 차오르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경험은 사랑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겪어볼 수 없는 일이잖아요? 사랑을 받는다는 건 분명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는 주는 쪽이 더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노나메 님, 이 편지 안에서만이라도 제 사랑을 받아 주시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저는 이 편지를 쓰는 동안 굉장히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노나메 님도 제 사랑을 받는 동안은 약간이라도 기분 좋은 시간이 되실 수 있을 거라고 멋대로 상상해 봅니다. 그렇겠지요? 분명히 그럴 거에요!

  *   *   *   *   *

  그럼, 이야기를 바꿔서―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로 유명한 잭 캔필드 씨가 엮은 비슷한 류의 책인 <눈물 흘리지 않기> 입니다. 이런 류의 책들은 뭐랄까, 일종의 대리 체험을 하기 좋은 책이라(물론 소설류는 다 그렇지만, 특히 이쪽에 중점을 두고 쓰여졌다는 점에서)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유용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이 책은 말하자면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순간과 남겨진 사람의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천천히 극복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죽음, 이라는 건 역시 참 의미심장한 단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건 아마도 어딘가에서 들은 글귀처럼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일'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그것을 체험해 볼 수 없으니, 그만큼 죽음이라는 것에 걸리는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눈물을 참아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 안의 내용에 쉽게 동화되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죄송합니다. 왠지 좀 두서없이 써나가고 있네요. 그래도 쓰는 도중이니까 여기서 쓰는 걸 멈추고 편지를 다시 읽어보거나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조금 이해해 주시길 바래요.
  저의 근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음.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괜찮은 일자리가 잘 나오질 않네요. 정 안되겠다 싶으면 언제라도 전단지 알바 등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전단지는 1년 내내 자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계절이 계절인 만큼 전단지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아르바이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단 그 쪽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두기로 하고, 가능한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있는 것이죠. 뭐, 이런 상태가 조금 더 계속된다 싶으면 어쩔 수 없이 전단지라도 돌려야 하겠지만요.
  근황이라면 근황이랄 수 있겠습니다만, 요즘 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 키에 맞는 편안한 의자입니다. 요즘들어 의자에 앉으면 허리가 아파오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네요. 어쨌든 저는 키가 보통보다 조금 큰 편이라서, 그만큼 책상이든 의자든 높이를 맞추기가 어려워요! 의자가 보통 얼마 정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새 의자를 하나 사게 될 것 같습니다. 피시방에서 쓰는 것들이 편하던데, 그런 건 너무 클까요? 듀오백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너무 비싸겠죠? 뭔가 좋은 방법이라던가 추천하는 의자 등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이번 편지도 이만 줄여야겠네요. 요즘은 4컷 만화 연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짜고 있는데, 그다지 쉽지만은 않네요. 그래도 그런 내용을 짜고 있을 동안에는 꽤나 즐겁습니다. 서로 알콩달콩한 모습을 지켜보는 거, 좋잖아요?
  날씨가 조금 풀렸지만 아직은 쌀쌀하네요. 봄이 오려면 아직 훨씬 먼 것 같습니다.

2007년 1월 16일, 작은 방 안에서 이피.


  P.S : 그런 점에서, 마지막 인사는 '사랑을 보내며' 가 좀 더 어울렸을 지도 모르겠네요. 다음 편지의 첫머리에는 '사랑하는 노나메 님에게' 라고 쓰겠습니다. 낯간지럽다고요? 하지만 이런 것도 가끔은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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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2.

편지를 써요 2007/01/11 02:39
  2007. 1. 11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새벽 2시에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피입니다. 요즘은 왠지 모르게 무엇에도 흥미가 끌리지 않아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려고 마음먹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만사가 노곤하고 축 늘어지는 느낌에 온 몸이 늘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지 이제 겨우 5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봅니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일단 전부 읽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간단하게는 가닥이 잡히지 않네요.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하여 서평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그런 만큼 '희미하게는 감이 잡히지만 확실하게 말로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느낌' 만 계속 감돌 때는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아무래도 이 책은 나중에 여러 번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다시 읽었던 책들이 많이 있었지요. 다만 이 책은 읽고 나서 기분이 좋다거나, 후련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두고두고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햄릿을 그만 내버려 둬! 아버지를 만난다잖아!" 라고 외치며 여감독의 목을 조르는 잡일꾼이 등장하여 본드를 불기도 하고, 세상을 '물도 새고 쌀도 새고 삶도 새는 바구니' 라며 씹듯이 노래하는 막장인생의 군상들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마지막은 쓰디쓴 맛을 입 안에서 억지로 삼키듯 그렇게 막을 내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러니 읽고 나서도 뒷맛이 좋을 리가 없지요. 한두번 정도 흥미를 가지고 보기에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노나메 님에게 '이 책이라면 오랫동안 두고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는 식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혹시 관심이 가신다면 근처 도서관을 찾아보세요. 나온지 제법 된 책이니 아마 책장 구석에 꽂힌 채 살짝 먼지가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짧게 썼던 편지의 일을 이야기해야 되겠군요. 그 때, 저는 한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실컷 걷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까지 걸어 다녀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나서자마자 조금씩 눈발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심해지더군요. 특히 한강 위에 놓여진 성산대교를 건널 때는 차디찬 강바람까지 가세해서 그야말로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겨울에는 언제나 외투 하나로 버티기 때문에 너무 추워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친구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는지, '다리만 건너면 당장 지하철을 타자' 라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만, 다리를 건너고 조금 있자 눈이 거진 그쳐버려서 결국 끝까지 걸어가게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두 번은 못 할 일이라는 느낌이네요.
  어렸을 때는 그저 어디까지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이를 한 두살씩 먹어 갈수록 무언가가 조금씩 변해가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기실 제 자신은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느끼지만 못할 뿐 분명히 무언가 변하고 있는 거에요. 물론 세상도 마찬가지이지요. 매일 보는 동네도, 거리도, 다들 변하고 있지만 평소에 자주 보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 뿐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언제나 생각 뿐이지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요. 조금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서점에 다녀 올 생각입니다. 간만에 사고 싶은 책이 생겼거든요.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 라는 만화입니다. 지은이는 도다 세이지라는 분인데, 인터넷에 꽤 널리 퍼져 있는 '인생' 이라는 만화가 바로 이 책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어제 처음 알았는데, 그걸 안 이상 책을 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더군요. 지금도 조금 두근두근합니다. 책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뛰는 경험은 상당히 오랜만이네요. 노나메 님은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제 조금 있으면 자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앞서 말한 대로 책을 사고, 아르바이트도 알아 보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좀 더 부지런한 하루를 보낼 생각이거든요. 일정표가 당장 새하얗다고 해서, 그것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어요?

  날씨가 아직도 춥네요. 당분간은 계속 이럴 것 같습니다. 어서 따뜻해졌으면 좋겠네요.

2007년 1월 11일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이피.


  P.S : 어제 koei 사의 <삼국지 8>을 인스톨했습니다. 갑자기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어째서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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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1½.

편지를 써요 2007/01/06 22:34

  2007. 1. 6

  노나메 님에게.

  평소에 잘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용산 전자상가에 다녀왔습니다. 다만 걸어서 갔었는데 오늘 마침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은 느낌이군요. 다리 위를 걸어가며 눈과 바람의 사이를 뚫고 나갈 때는 정말이지 너무나 추워서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일단 일터에 나와 있습니다만, 역시 평소보다 조금은 피곤하네요.
  조만간 다시 쓰겠습니다. 앞으로 더 추워질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2007년 1월 6일, 이피.

  P.S : 이것은 편지라기보단, 근황을 알리는 간단한 엽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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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1.

편지를 써요 2007/01/04 22:10

  2007. 1.4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감기 기운이 쉽게 사라지질 않네요. 아직도 가끔 코가 막히고, 때때로 재채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몸살로 끙끙 앓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요.
  안녕하세요. 이피입니다. 건강하신가요? 사실 조금 더 사이클을 늦춰 쓸까 했지만, 역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인지라 어쩔 수 없군요. 지루셔 애보트의 마음이 약간이나마 이해됩니다. (첫 편지부터 자꾸 <키다리 아저씨>를 인용하고 있네요.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던 책입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 중입니다만, 말하자면 관리직에 속하기 때문에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군요.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쓸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생활도 곧 접을 것 같습니다. 꽤 오래 했었던 이 아르바이트를 곧 그만둘 생각이기 때문이라서요. 아, 이건 저번 편지때 언급했던 내용이었던가요?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요. 어쨌든 돈은 별로 안 되지만 굉장히 편안한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학업을 시작하게 되면 사이클을 길게 잡고 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남는 시간을 여러모로 활용할 수도 있고 하니까― 라고는 해도 사실 공부할 만큼 집중이 되는 환경까지는 아니죠. 그래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는 일단 한 두달 정도 급여 괜찮고 어렵지 않은 알바를 당장 찾아봐야 한다는 건데, 글쎄. 어떨까요?

  새해를 맞아 다시금 도서관에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 내부공사로 거진 한 달을 닫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이 멀어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마음을 다잡은 셈이지요. 그저께 빌려온 책은 이기호 씨의 소설집인 <최순덕 성령충만기> 입니다. 전에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고, 책장에서 문득 끌리는 제목을 보았기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던 것도 있지요. 책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특히 안에 수록된 단편들의 형식이 상당히 참신하더군요. 첫 번째 이야기인 '버니' 부터 소설 전체를 랩(rap)으로 구성하는 식의 굉장한 파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전체를 다 읽지는 않았지만, '파격'을 읽는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기회가 있으시면 한 번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형식에 거부감을 느끼시지 않으신다면 아마 만족스러운 독서를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외에도 빌려온 책이 있는데, 프로 일러스트레이터 석정현 씨가 쓴 페인터 강의서 두 개입니다. 부끄럽지만 일단 만화가를 지망하고 있기에 툴을 다루는 법 정도는 어느 정도 알아 두고 싶었거든요. 일단은 읽어 보면서 시험적으로 슥슥 그려보고 있는데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책이 꽤 비쌉니다만)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며칠 전 친구가 그 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아마 직접 책을 사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 친구는 인터넷에서 '하이바네'라는 별명을 쓰고 있는데, 현역 미대생이지요. 일단은 그림쟁이 동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실력은 좋지요. 조금 질투가 날 때도 있지만, 예전부터 많은 것을 배워 왔었기 때문에 요즘에도 그 친구의 그림을 보면 감탄이 먼저 나옵니다. 공모전에도 몇 번이나 입상한 경험이 있으니만큼 이래저래 저에게는 자극이 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습니다. 그림쟁이의 세계는 절친한 친구라고 해도 사실 서로가 라이벌인 냉정한 세계랍니다.

  *  *  *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이어 씁니다.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재미있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길 바랍니다. 저도 물론 예외는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장래의 희망 때문인지 조금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해보는 편입니다. '이런 걸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웃기겠지. 이런 건 어떨까, 아. 이 생각 좋은데?' 뭐 이런 식이라고나 할까요? 여러가지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입니다만, 실없는 유머라던가 패러디 등을 짜보는 것도 제법 큰 부분을 차지하는 편입니다. 다만 문제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웃어주질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건 말하자면 센스랄까, 그런 게 있는 편인데 저에겐 아무래도 그게 부족한 모양입니다. 가끔은 제가 생각하면서도 재미있어서 키득거릴 때가 가끔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늘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이거든요. (노골적으로 재미없어! 라고 할 때도 가끔 있긴 합니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좀 더 수련하는 편이 좋겠지요? 수련이라면― 역시 공원의 연못 가운데에서 하는 게 좋을까요?
  …이건 좀 재미 없었을지도.

  이 여세를 몰아(?) 이번 편지도 일단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연초다 월초다 해서 매우 바쁜 듯 합니다만, 저의 일상은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조용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결심이라던가 새로운 마음가짐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서 조금 적어 보도록 할께요. 노나메 님도 무언가 계획 같은 걸 세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아무리 '반도 못 이루는 계획' 이라고 해도, 아예 계획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하니까요.

  조만간 또 편지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그 때까지!

2007년 1월 4일 아르바이트 중에, 이피


P.S : 혹시나 해서 덧붙입니다만, 편지 탓에 일에 소홀해지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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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써요 2007/01/01 21:30

  2007. 1. 1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어느 분께.

  안녕하세요. 첫 편지로 인사드립니다. 새해 들어 점점 추워지고 있는 날씨에 건강은 괜찮으신지요? 저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요새 들어 조금 감기 기운이 있습니다. 왠지 으슬으슬하고 가만히 있다 보면 콧물이 새어나와 멈추지 않는 게 아마도 제법 오래 갈 듯 싶습니다. 하지만 딱히 심하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비교적 건강하답니다. 비록 밤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거나 늦잠 기운이 있다거나 하는 건 있습니다만, 그 정도는 뭐 괜찮다고 생각하니까요. 새해에는 그 점을 고치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일단, 이 점부터 말씀드리고 넘어가야겠군요. 이렇게 편지를 쓰자고 마음먹은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 중 하나는 '소중한 사람을 찾기 위한 하나의 시도' 입니다. 웹이라는 가상의 공간은 무한합니다. 이 편지도 웹 공간을 타고 돌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는 도중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답장을 주시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저와 편지라는 매체를 통한 하나의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효율과 비효율을 떠나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건 아직 말하지 않기로 하지요. 아직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고, 밥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 말이죠!

  그나저나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자니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들긴 합니다. 마치 제가 '존 스미스 씨'에게 편지를 보내는 지루셔 애보트라도 된 기분이에요! 그나마 지루셔는 상대방의 뒷모습이나마 보았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키다리 아저씨' 라는 별명을 붙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아무 것도 주어진 게 없네요. 단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이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가능성 뿐. 지루셔라고 해도 이런 경우에는 대책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따나마나 '빗자루 씨' 나 '막대기 씨'에게 편지를 보내는 기분이 이런 느낌이려나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지의 제일 위에 썼던 것처럼 '어딘가에~ 어떤 분께' 라고 쓰기에는 너무 길고, 어감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친근감도 그다지 들지 않고요. 무엇보다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편지를 쓸 의욕도 사라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분간 저는 이 편지의 수신명을 '노나메 님'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Noname. 말 그대로 '이름이 없다' 라는 의미이지요. 단어를 스펠링 그대로 읽은 이 국적불명, 성별불명의 이름이, 시간이 지나 편지가 쌓이면서 좀 더 좋은 별명을 붙일 수 있을 때까지 사용될 겁니다. 별로 마음에 드시지는 않겠지만 참아주세요. 저도 굉장한 고민 끝에 이걸로 결정을 내린 거랍니다!

  그런 점에서 노나메 님, 늦었지만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일단 이피라고 불러 주세요. 나름대로 별명이라고 할 수 있고, 제법 오래 써 왔기 때문에 제일 익숙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이 편지가 올라가는 곳입니다), 만화나 소설 등을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물론(?) 직접 쓰거나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요. 장래에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만큼 머릿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하는 것을 즐기곤 합니다. 현재는 아르바이트 중, 하지만 곧 그만두게 될 것 같습니다. 야간 아르바이트 때문에 신체리듬이 많이 깨어진 상태라서 조금 곤란한 상황이거든요. 아마 다음 아르바이트는 주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곧 학교에 다시 들어가게 될 테니 오래 할 건 아니겠지만― 이야기가 조금 샜네요. 일단 취미는 게임. 좋아하는 것은 역시 만화! 일단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감이 오시지 않을까 싶네요. 정작 중요한 건 마치 자르기 전의 김밥에서 햄만 빼먹듯 뭉텅 빼놓은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런 건 사실 의외로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요는 그런 것보다 좀 더 소소한 것들이 정말로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뭐, 결국은 언젠가 편지에 쓰겠지만요.

  일단 첫 편지인 만큼 이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오늘은 COEX에서 전시하는 스타워즈 한국순회전을 보고 왔는데, 어젯밤에 잠을 설친 것도 있어서인지 일터에 있는 지금도 왠지 노곤피곤한 기분에 잠겨 있는 느낌이네요. 인터넷을 조금 검색해 보시면 전시회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올 테니 한번쯤 가보시면 어떨까요? (13000원이라는 입장료가 조금 부담되긴 하지만 혹시 스타워즈를 좋아하신다면 제법 볼만한 거리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조만간 다음 편지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7년 1월 1일 새해 첫날에, 이피. 


  P.S : 노나메라는 별명도 사실 어감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지만, 제가 이 별명을 선택한 것은 '아마도 그 누구도 쓰지 않을 듯한 별명' 이라는 점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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