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4.

편지를 써요 2007/01/23 21:16
  2007. 1. 23

  사랑하는 노나메 님에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번 편지에 썼던 대로 첫머리를 살짝 바꿔 봤습니다. 어떤가요? 역시 낯간지러울까요? 하기야 어떻게 생각해보면 일방적으로 떠맡기는 사랑은 민폐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정도의 표현은 너그러이 보아 넘겨 주실 거라고 (멋대로) 믿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노나메 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만큼, 제 나름대로 어떠한 상(像)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들어 보세요! 제가 생각하는 노나메 님은 말수가 적고 온화하며, 언제나 조용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한 두 마디로 동의를 표하거나 어떤 점을 지적하거나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딱딱하거나 재미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유머를 잊지 않는 면도 있는 그런 분인 것입니다. 그래요. 이건 사실 제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느 쪽이냐 하면 딱딱한 사람, 재미없는 사람에 속하는 편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유연한 기질의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타고난 성격 탓일까요? 글쎄요.

  그나저나 노나메 님은 기립성 저혈압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기립성 저혈압이란, 앉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낮아지는 증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경우, 어지럼증이나 권태감, 두통, 피로감, 구역질, 발한, 일시적인 시력이나 청력 장애, 심하면 실신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여러 번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별 거 아니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최근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의외로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꽤 많은 듯해요. 그래도 최근에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아, 오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자마자 주변의 의지할 만한 것을 잡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넘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뭐, 치명적인 증상은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은 다행이려나요? 앞으로도 조금 주의하기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나시키 카호의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를 읽고 있습니다. 원제는 <집지기 기담> 입니다. 죽은 친구의 집에서 집지기를 하며 살고 있는 주인공의 주변에 일어나는 기묘하고도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각 장마다 식물의 이름이 붙혀져 있습니다. 내용 자체도 그것과 관계가 크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 식물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글의 느낌은 왠지 가와카미 히로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비현실적인 부분을 천연덕스러운 문체로 기정사실인 양 써 놓는 게 매우 닮았습니다. 내용 전체가 잔잔한 느낌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인지 저와 잘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양장본이라서 가격은 9,000원입니다. (만약 부담이 되신다면 도서관 등을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돈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립니다만, 아직도 아르바이트는 구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단지 알바 정도는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그조차도 마땅한 게 없어요! '배포맨' 이니 '전단월드'니 하는 대행사에 연락한다면 자리가 나오겠지만, 이런 대행사는 왠지 조금 꺼려지는 것도 있습니다. 닳고 닳은 사람들인 만큼 까딱 빈틈을 보였다가는 급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왠지 그런 이미지 때문에 전단대행사 같은 곳에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걸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는 그다지 실속이 없는 알바 혹은 3개월 이상의 장기근무를 원하는 알바 뿐이군요. 복학 이전에 한 달 정도만 일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아무래도 선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은 모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차장 관리 쪽에 연락을 해 둔 것은 있습니다만,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해 놓고는 하루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여기를 믿고 있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 듯하고 개인 시간을 내기도 용이할 듯해서 끌렸습니다만, 이건 좀 곤란하잖아요? 이대로 가다가는 복학 이전까지 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만은 절대로, 절대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겠지요!

  이번 편지는 약간 짧습니다. 이야기를 한다면 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손이 움직이질 않네요.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제 마음을 흔들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저 마음만 조급할 뿐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가슴만 답답할 따름이네요.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노나메 님도 언제나 즐거운 나날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2007년 1월 23일, 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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