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11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새벽 2시에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피입니다. 요즘은 왠지 모르게 무엇에도 흥미가 끌리지 않아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려고 마음먹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만사가 노곤하고 축 늘어지는 느낌에 온 몸이 늘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지 이제 겨우 5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봅니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일단 전부 읽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간단하게는 가닥이 잡히지 않네요.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하여 서평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그런 만큼 '희미하게는 감이 잡히지만 확실하게 말로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느낌' 만 계속 감돌 때는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아무래도 이 책은 나중에 여러 번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다시 읽었던 책들이 많이 있었지요. 다만 이 책은 읽고 나서 기분이 좋다거나, 후련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두고두고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햄릿을 그만 내버려 둬! 아버지를 만난다잖아!" 라고 외치며 여감독의 목을 조르는 잡일꾼이 등장하여 본드를 불기도 하고, 세상을 '물도 새고 쌀도 새고 삶도 새는 바구니' 라며 씹듯이 노래하는 막장인생의 군상들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마지막은 쓰디쓴 맛을 입 안에서 억지로 삼키듯 그렇게 막을 내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러니 읽고 나서도 뒷맛이 좋을 리가 없지요. 한두번 정도 흥미를 가지고 보기에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노나메 님에게 '이 책이라면 오랫동안 두고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는 식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혹시 관심이 가신다면 근처 도서관을 찾아보세요. 나온지 제법 된 책이니 아마 책장 구석에 꽂힌 채 살짝 먼지가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짧게 썼던 편지의 일을 이야기해야 되겠군요. 그 때, 저는 한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실컷 걷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까지 걸어 다녀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나서자마자 조금씩 눈발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심해지더군요. 특히 한강 위에 놓여진 성산대교를 건널 때는 차디찬 강바람까지 가세해서 그야말로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겨울에는 언제나 외투 하나로 버티기 때문에 너무 추워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친구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는지, '다리만 건너면 당장 지하철을 타자' 라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만, 다리를 건너고 조금 있자 눈이 거진 그쳐버려서 결국 끝까지 걸어가게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두 번은 못 할 일이라는 느낌이네요.
어렸을 때는 그저 어디까지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이를 한 두살씩 먹어 갈수록 무언가가 조금씩 변해가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기실 제 자신은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느끼지만 못할 뿐 분명히 무언가 변하고 있는 거에요. 물론 세상도 마찬가지이지요. 매일 보는 동네도, 거리도, 다들 변하고 있지만 평소에 자주 보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 뿐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언제나 생각 뿐이지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요. 조금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서점에 다녀 올 생각입니다. 간만에 사고 싶은 책이 생겼거든요.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 라는 만화입니다. 지은이는 도다 세이지라는 분인데, 인터넷에 꽤 널리 퍼져 있는 '인생' 이라는 만화가 바로 이 책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어제 처음 알았는데, 그걸 안 이상 책을 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더군요. 지금도 조금 두근두근합니다. 책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뛰는 경험은 상당히 오랜만이네요. 노나메 님은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제 조금 있으면 자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앞서 말한 대로 책을 사고, 아르바이트도 알아 보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좀 더 부지런한 하루를 보낼 생각이거든요. 일정표가 당장 새하얗다고 해서, 그것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어요?
날씨가 아직도 춥네요. 당분간은 계속 이럴 것 같습니다. 어서 따뜻해졌으면 좋겠네요.
P.S : 어제 koei 사의 <삼국지 8>을 인스톨했습니다. 갑자기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어째서라고 생각하세요?
친애하는 노나메 님에게.
새벽 2시에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피입니다. 요즘은 왠지 모르게 무엇에도 흥미가 끌리지 않아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려고 마음먹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만사가 노곤하고 축 늘어지는 느낌에 온 몸이 늘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지 이제 겨우 5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일을 한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 봅니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일단 전부 읽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간단하게는 가닥이 잡히지 않네요.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하여 서평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그런 만큼 '희미하게는 감이 잡히지만 확실하게 말로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느낌' 만 계속 감돌 때는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아무래도 이 책은 나중에 여러 번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다시 읽었던 책들이 많이 있었지요. 다만 이 책은 읽고 나서 기분이 좋다거나, 후련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두고두고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햄릿을 그만 내버려 둬! 아버지를 만난다잖아!" 라고 외치며 여감독의 목을 조르는 잡일꾼이 등장하여 본드를 불기도 하고, 세상을 '물도 새고 쌀도 새고 삶도 새는 바구니' 라며 씹듯이 노래하는 막장인생의 군상들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마지막은 쓰디쓴 맛을 입 안에서 억지로 삼키듯 그렇게 막을 내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러니 읽고 나서도 뒷맛이 좋을 리가 없지요. 한두번 정도 흥미를 가지고 보기에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노나메 님에게 '이 책이라면 오랫동안 두고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는 식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혹시 관심이 가신다면 근처 도서관을 찾아보세요. 나온지 제법 된 책이니 아마 책장 구석에 꽂힌 채 살짝 먼지가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짧게 썼던 편지의 일을 이야기해야 되겠군요. 그 때, 저는 한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실컷 걷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까지 걸어 다녀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나서자마자 조금씩 눈발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심해지더군요. 특히 한강 위에 놓여진 성산대교를 건널 때는 차디찬 강바람까지 가세해서 그야말로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겨울에는 언제나 외투 하나로 버티기 때문에 너무 추워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친구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는지, '다리만 건너면 당장 지하철을 타자' 라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만, 다리를 건너고 조금 있자 눈이 거진 그쳐버려서 결국 끝까지 걸어가게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두 번은 못 할 일이라는 느낌이네요.
어렸을 때는 그저 어디까지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이를 한 두살씩 먹어 갈수록 무언가가 조금씩 변해가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기실 제 자신은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느끼지만 못할 뿐 분명히 무언가 변하고 있는 거에요. 물론 세상도 마찬가지이지요. 매일 보는 동네도, 거리도, 다들 변하고 있지만 평소에 자주 보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 뿐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언제나 생각 뿐이지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요. 조금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서점에 다녀 올 생각입니다. 간만에 사고 싶은 책이 생겼거든요.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 라는 만화입니다. 지은이는 도다 세이지라는 분인데, 인터넷에 꽤 널리 퍼져 있는 '인생' 이라는 만화가 바로 이 책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어제 처음 알았는데, 그걸 안 이상 책을 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더군요. 지금도 조금 두근두근합니다. 책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뛰는 경험은 상당히 오랜만이네요. 노나메 님은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제 조금 있으면 자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앞서 말한 대로 책을 사고, 아르바이트도 알아 보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좀 더 부지런한 하루를 보낼 생각이거든요. 일정표가 당장 새하얗다고 해서, 그것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어요?
날씨가 아직도 춥네요. 당분간은 계속 이럴 것 같습니다. 어서 따뜻해졌으면 좋겠네요.
2007년 1월 11일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이피.
P.S : 어제 koei 사의 <삼국지 8>을 인스톨했습니다. 갑자기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어째서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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